5월 27일 강원도 삼척에서는 총길이 30m짜리 커다란 벌룬이 하늘로 올라갔다. 이관중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항공우주비행체 설계연구실 교수 연구팀이 연구한 성층권 운용 고고도 과학기구(SNUBALL)다.
오전 8시 10분에 동해 방향으로 발사된 이 과학기구는 비행고도 17km 상공에서 지상국의 분리 명령에 따라 비행을 종료하고 울릉도 남방 해상 약 60km 지점에 착수된 뒤 발사 5시간 뒤인 13시 20분에 회수팀에 의해 회수됐다.
이관중 교수는 20일 “과학실험 장비를 탑재한 고고도 과학기구 비행시험을 국내 최초로 성공했으며 해상 회수 시험은 일본 우주항공연구원(JAXA)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성공한 것”이라며 “화성에 비행체를 띄워 조사 연구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게 연구의 목표”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실험을 마친 뒤 곧장 러시아로 날아가 5월 30일부터 6월 1일까지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2회 한·러 과학기술의 날’ 행사에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 교수 연구를 흥미롭게 지켜보던 러시아 현지 과학자가 공동연구를 제안했고, 현재 제안서를 검토 중이다. 한국연구재단을 주축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후원한 이번 행사는 2017년 9월 열린 ‘한·러 경제과학기술공동위원회’에서 정례 개최하기로 합의하면서 마련됐다.
◇ 위성의 100분의 1도 안되는 비용으로 다양한 실험하는 과학기구
이관중 교수가 현재 개발중인 고고도 과학기구 플랫폼의 최대 강점은 비용 효율이다. 위성의100분의 1도 안되는 비용을 들여 성층권에서 우주선(Cosmic Ray)이나 천문 연구를 진행할 수 있다.
특히 이 교수는 한국연구재단 과제로 경희대 연구팀이 진행하고 있는 화성 탐사 비행체 프로젝트와 연계한다는 계획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화성 궤도상에 위성을 운용하고 있지만 위성 외에 화성 대기중에 비행체를 띄워 조사하는 계획도 수립해 실행하고 있다.
화성 대기 조건을 보면 지구 대기 밀도의 약 100분의 1이다. 이와 비슷한 대기 밀도를 보이는 지점이 지구상에서는 고도 20km다. 이 교수는 “화성 대기와 유사한 환경을 갖춘 구조물인 ‘풍동’을 만들어 실험할 수 있지만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비행체를 실험할 만큼 규모를 크게 만들 수 없다”며 “무게 50kg 이하의 비행체를 만들어 과학기구에 달아 상공으로 올린 뒤 글라이딩시켜 테스트해 플랫폼 기술을 확보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 러시아와의 협력 물꼬도 터...한러 과학기술의 날 성과도 속속 나와
6월 초 열린 한·러 과학기술의 날에 연구 결과를 발표한 이 교수의 연구에 흥미를 느낀 러시아 과학자들은 천문학과 기상 분야 실험을 같이 해보자고 이 교수에게 제안했다. 이 교수는 “러시아와 스웨덴, 덴마크 과학자들고 이뤄진 공동 연구진이 고고도 과학기구 실험 발표를 보고 제안해 왔다”며 “한국과 러시아의 과학 교류 협력이 선언에만 그치지 않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진행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연구 협력 기회 모색 외에도 기술 협력을 논의하는 성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5월 31일과 6월 1일 이틀간 열린 ‘한·러 기술의 날’은 ‘스타트업 빌리지 2018’ 행사에서 기술혁신 파트너십으로 진행됐다.
스타트업 빌리지 2018은 러시아 스타트업 육성과 확산을 통해 생태계 활성화 및 기술 기반 지속가능 성장 촉진을 목표로 러시아의 ‘스콜코보 재단’이 매년 개최하는 최대 규모 스타트업 행사다. 한국에서는 12개 기업이 참여해 러시아 스타트업과 기술협력을 모색하는 B2B 행사로 이어졌다.
송경희 과기정통부 국제협력관은 “제2회 한·러 과학기술의 날 개최는 정부의 주요 과학기술 외교 정책 가운데 하나인 신북방정책을 가시화하기 위한 초석을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도 러시아와 국제협력 공동연구 및 혁신을 지속해 내부적으로는 신성장 동력을 창출하고 대외적으로는 유라시아 지역과의 협력을 적극 강화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사 원문보기: 조선비즈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6/21/2018062100817.html#csidx7c04aa45ee9e51a9de6a0e1d3e1937b